난감함을 가득 머금은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부토는 제 핸드폰을 보면서도 계속해서 시선을 차 바깥으로 나누었다. 고등학교의 앞, 검은 세단,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30대 초반의 남성. 가볍게 떠오르는 요소만으로도 불순한 생각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에 아부토는 차의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가 들어올렸다. 울리지도 않은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느껴진 탓이었다. 여전히 감감 무소식인 핸드폰 화면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가 고개를 돌리며 아부토는 한숨을 쉬었다. 막 학교가 끝난 학생들이 교문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며 몇 번이고 차의 내부를 힐끔 거렸다. 선팅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차량이라 제 모습이 그대로 보일 것을 생각하니 아부토는 머리끝까지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이 망할 녀석은 왜 안 나오는 거야. 울리는 진동소리에 아부토는 기대 반, 체념 반으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 절경이네.]

 

 

 

절 놀리는 게 분명한 말투는 볼 것도 없이 그 녀석이었다. 말투보다는 메신저의 위에 뜨는 선명한 카무이세 글자가 존재감이 더 컸지만. 아부토는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익숙한 분홍빛의 머리카락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여유롭게 손을 흔드는 모양새가 더 꼴 보기 싫었다. 창문을 내리고 손가락을 까딱이니 녀석은 여느 때와 같은 얄미운 웃음만 잔뜩 띄울 뿐 차 안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어보였다. 아부토는 결국 꺼두었던 차 시동을 걸고 조금씩 차를 후진해가며 녀석의 앞에 차를 대령했다. 대령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의 거만함이었다. 오늘도 한결 같이 생겼네, 아부토. 아직 덜 여문 목소리와는 다르게 살벌하게 비꼬는 말의 모양새에 아부토는 차 문을 열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빨리 타기나 해. 학교 앞에 있는 거 쪽팔리니까.

 

 

 

 

그러니까 내가 회사로 간다고 했잖아?”

교통비며 간식비며 다 나한테 청구할 거면서.”

그건 당연한 거고.”

 

 

 

 

카무이는 가벼운 몸짓으로 차에 올라타 자연스럽게 제 몸에 맞게 좌석의 위치를 조절했다. 뭐야, 누구 태웠었어? 노려보는 눈초리가 빈말로라도 밉지 않다고 할 수 없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망설임없이 손이라도 날릴 기세라 아부토는 작게 코웃음 치고는 대꾸했다. 상사랑 출장 다녀왔거든? 이 아저씨가 너처럼 노닥거리기만 하는 줄 알아? 아부토의 진심어린 대꾸에 카무이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짧은 웃음과 함께 카무이의 몸이 아부토의 쪽으로 기울었다. 알아, 그러니까 나랑 이렇게 노는 거 아니야? 카무이의 손이 아부토의 턱을 붙잡았다. 아부토의 시선이 카무이 너머 창밖으로 돌아갔다. 아직 창문도 환하게 열려있어서 누군가 지나간다면 분명히 보일 위치였다. 하교 시간이 꽤 흘러 빠져나갈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다고 하더라도 학교의 앞이었다. 아부토는 슬슬 몸을 뒤로 젖히며 어색하게 입가를 올렸다. 어이, 잠깐. 학교 앞이야. 누가 보면 네 손해라고? 카무이는 아부토의 당황한 목소리를 적당히 한 귀로 흘려버리며 젖혀지는 아부토의 몸을 따라 제 입술을 옮겼다. 그래서, 키스하기 싫어? 어린놈의 목소리가 뭐 이렇게 색정적인지. 낮게 깔리는 카무이의 목소리에 아부토는 녀석의 뒷목을 잡고 그대로 제 입술을 밀어붙였다. 까끌거리는 수염의 느낌에 카무이의 인상이 과하게 찌푸려졌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마냥 부벼지다가 틈새가 생기니 혀가 그곳을 비집고 들어갔다. 마른 입술에 비해 질척할 정도의 타액과 혀가 얽혔다. 흘러내리는 타액이 턱을 타고 방울졌다. 탁한 숨소리가 몇 번이고 허공을 오갔다.

 

두 입술이 떼어진 것은 아부토가 창문 바깥으로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치고 급하게 카무이를 밀쳐낸 후였다. 카무이의 날선 이가 아부토의 아랫 입술을 물고 늘어지다 기어코 찢어 놓았다. 뭐야,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카무이는 턱에 흐른 타액을 교복의 소매로 닦아내었다. 아저씨 침 냄새 나겠네. 기분 나빠. 카무이의 불평은 듣지도 않고 아부토는 황급하게 시동을 걸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차로 다가오는 것이 일반적인 학생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러니까 진짜 범죄라도 저지른 것 같잖아! 아부토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카무이에게 들릴 턱이 없었다. 카무이는 그저 어느새 아부토의 정장 자켓으로 흐른 침을 연신 닦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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