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마키시마 유스케는 그 날 토도 진파치의 옷차림을 보고 드물게 눈에 보일 정도로 표정을 드러내었다. 당황스러움도, 난감함도 아닌 심란함이었다. 첫 방문 이후로 무슨 일이 있어도 교복은 절대 입고 오지 않았던 토도였는데 그 날 토도의 옷차림은 교복이었다. 깜박하고 갈아입을 사복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집에 들러서 낭비하는 시간보다는 한시라도 마키쨩을 더 보고 싶어서. 넉살 좋은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언제나의 자리에서 카페오레를 마시는 토도였지만 마키시마는 교복을 입으니 한층 더 어려보이는 토도의 외모에 혀를 찼다. 그렇지, 학생이었지. 늘 상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교복을 보니 새삼 느껴지는 나이 차에 마키시마는 입 안에 감도는 쓴 맛을 없애려 단 것을 입에 대었다. 카페의 생 초콜릿은 혀가 아릴 정도로 달았는데 입 안의 쓴 맛이 지워지지 않았다.

 

토도의 교복을 보고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지만 토도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여러 의미로 수준이 높다고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도, 태도도, 외모수준도. 마키시마는 토도의 교복에 붙어있는 교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공학이니 당연히 여학생들도 있을 테고 바깥에 소문이 날 정도니 주위에 예쁜 여학생들도 많을 테지. 제가 좋다고 쫓아다니는 것도 잠깐의 치기어린 감정일 것이다. 느릿하게 교표에서 시선을 거두고 카운터에 머리를 기댔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할 기분도 아니었다. 물론 제가 토도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확답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도가 카페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거나. 여자친구야, 마키쨩! 하면서 이름 모를 여자아이를 데려온다면 조금……. 조금? 마키시마는 차마 생각을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서 매듭을 지어버렸다.

 

토도는 자리에 앉은 순간부터 마키시마가 카운터에 머리를 기댈 때까지 평소처럼 끊임없이 조잘대었지만 그날따라 유독 반응이 없는 마키시마의 태도에 입을 다물었다. 떠들어야한다면 24시간도 떠들 수 있는 저였지만 마키시마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니 마냥 떠들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마키쨩. , 듣고 있단다, 토도. 제가 이름을 부르자 힘없는 목소리로 가벼운 답을 주기는 했지만 카운터에 기댄 얼굴을 들 생각은 없어보였다. 토도는 끊임없이 제 교복에 시선을 두던 마키시마를 생각하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마키쨩. . -키쨩. 그래, 토도. 마키쨩, 나는 우리 반 여자애들보다 마키쨩이 훨씬 예쁜 것 같아.

 

? 마키시마는 특유의 입버릇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카운터에 박혀있던 고개를 느릿하게 들었다. 제 표정이 어떨지 감이 오지 않았다. 토도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건지, 카운터 앞에서 턱을 괴며 다시금 말해왔다. 우리 반 여학생들이나 학교 여학생들보다 마키쨩이 훨씬 예뻐. 추정이 확신으로 변해왔다. 마키시마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중얼거렸다. 어린 녀석이 어쩌면 저렇게 눈치가 빠른 건지. 마키시마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적당히 뒤로 넘기며 말했다. 어른을 놀리면 못 쓰잖니……. 진짜야! 억울한 듯한 토도의 목소리가 이어져왔지만 마키시마는 딱히 그 말에 대답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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