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언

 

?월 ?일 / O형

 

남성

 

28살

 

174cm / 53kg

 

매끄럽게 다듬어진 까만 머리카락은 먹에 흠뻑 젖은 화선지마냥 빛을 받아도 게걸스럽게 그것을 집어삼키기만 할 뿐이다. 앞머리는 눈썹 아래에서 눈가를 가리지 않게 잘려있고, 그 아래의 눈썹 또한 단정하게 정돈되어있다. 윤기가 흐르는 까만 머리카락과 다르게 탁하고 무광한 검은 눈동자가 얇은 유리의 뒤에서 침잠한 채 굴렀다. 눈매는 가늘고 길게 위로 뻗어있었다. 흔한 고양이 과의 눈매였지만 동공이 크고, 눈꼬리가 안경으로 가려져있는 탓에 매서워 보이는 인상은 주지 않았다. 은테로 감싸져 있는 그것은 완전한 원이 아닌 조금은 선이 뭉그러진 타원의 형태였다. 콧대는 무너지거나 휨 없이 반듯하게 서있었고 사이를 두고 떨어져있는 입술은 얇은 선이 호를 그리며 위로 올라가 있었다. 선명하지 못한 선홍빛이 덧씌워져 있는 입술은 중간까지는 매끄럽게 단일한 톤이 이어지다가 끝이 조금 붉었다. 약간이라도 어긋나거나 과장된 움직임을 보이면 금세 뜯어져버릴게 분명했다. 유독 입술의 가장자리가 쉽게 텄다. 그렇지만 립글로즈 같은 것을 챙겨 바르는 일은 드물었다. 입술이 올라가면 눈도 자연스럽게 휘었다. 어색함이나 불편함 따위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그것만 보고도 이 사람이 퍽 다정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예쁜 웃음이었다. 피부는 트러블 없이 깔끔했다. 전체적으로 색도 고르고 매끄러웠다. 까만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하얀 피부였다.

 

부러 하얀 피부를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입거나 치장하는데 쓰는 것의 대부분은 무채색이었다. 까만 와이셔츠, 검은 바지, 회색의 박스티, 가죽 시계. 검은 가죽 장갑. 흰색 목도리. 얇은 선의 탓인지 가끔은 현실감이 무뎠다. 액세서리 착용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왼쪽 귀에 딱 달라붙는 귀걸이 하나를 늘 끼고 다녔다. 검은색의 정삼각형이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주 가끔, 그것을 잡아당겼다.

 

전체적인 선이 가늘고 풍기는 분위기가 위태로웠다. 파도 앞의 모래성 같은 사람이었다. 모래성이 아니라면 샴페인 잔 같기도 했다. 터무니없이 얇은 테두리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중력이 무겁다며 깨어질 것 같았다. 손목도, 발목도. 긴 옷을 입었을 때 드러나는 부분은 모두 가늘었다. 그렇다고 연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때로는 굵은 철심보다 몇 번이고 겹쳐서 감아놓은 솜뭉치가 더욱 질기고 끈질길 때가 있었다. 거미줄 같은 마지막 실이 끊길 때까지 질척할 정도로 목표를 부여잡았다. 위태롭다고 하여 무너지는 법은 없었다. 무너질 바에는 사라지는 게 좋았다. 흔적도 없이. 그렇다고 정말로 사라질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현실을 사랑했고, 제 일을 사랑했으며, 제가 몸담고 있는 지금을 사랑했다. 일을 하느라 밤을 지새우는 날은 일상과 같았고 끝내놓은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십 번 손대는 것은 습관과도 같았다. 이야기만 들으면 일에 빠져 퍽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는 숨처럼 다정을 내쉬었다. 높지도 낮지도 않았지만 귀에 또렷하게 울리는 맑은 목소리로 내뱉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고왔다. 실수라도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사랑을 주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 같았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감정에도 허용이 되는 말일지는 모르지만 그는 사랑에 대해 그것을 실천하려 노력했다. 제가 100을 받았다면 타인에게도 100을 주어야 만족스러웠다. 그것은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100을 주었다면 타인에게도 100을 받아야했다. 사실 그의 사랑과 다정함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끊임없이 일에 집착하는 것도 막연한 외로움을 채우기 위함일지도 몰랐다. 혼자 오도카니 머물러 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싫어했다. 잡념은 독이었다.

 

차분하고 지독한 향을 좋아했다. 롬브로단로나 릴리 오브 더 베리를 희석 없이 원액 그대로 손목에 바르거나 했다. 제가 바른 향이 무뎌지거나 다른 향에 섞이는 것이 싫었기에 담배는 일절 피지 않았다. 스킨이나 헤어 제품도 되도록 향이 없는 것을 선택했다. 향수를 바르지 않는 그에게서는 어떠한 향도 나지 않았다.

 

그는 제 이름을 좋아했다. 성 하나를 붙였다가 떼는 것으로 말이 죽었다가 살아나는 게 좋았다. 현실을 사랑하면서도, 가끔은 제가 그렇게 쉽게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했으면. 하고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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