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이 내렸다. 마키시마 유스케는 느지막한 오픈에도 불구하고 제 가게의 앞에 수북이 쌓인 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 흔한 발자국 하나 찍혀있지 않다니, 누군가가 지나다니지도 않는 건가. 마키시마는 혀를 차며 잠겨있던 카페의 문을 열었다. 아무리 외진 곳에 있는 카페라지만 제가 출근하기 전까지 사람 하나가 지나가지 않는 곳인데, 이대로 영업을 계속 해도 괜찮은 걸까. 슬쩍 인상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가뜩이나 기분 나쁜 얼굴인데 인상까지 쓴다면 영업이고 손님 상대고 될 턱이 없었다. 빗자루로 카페 입구의 눈을 대충 쓸고서는 CLOSED로 돌아가 있는 팻말을 OPEN으로 돌렸다. 게임마냥 OPEN으로 돌리자마자 바로 손님이 들어오면 좋을 텐데. 카운터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손님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살풍경에 마키시마는 팔을 기대고 그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임대료라던가, 부재료의 비용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정도를 버티지 못할 통장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이 한산함이 좋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키시마가 팔 사이에 얼굴을 묻은 것은 카페에 찾아올 하나의 소란스러움 때문이었다.

 

오늘로써 정확히 한 달이었다. 마키시마는 한 달 전부터 제 카페에 뻔질나게 드나들던 고등학생을 생각하며 슬쩍 웃었다. 아직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미소였지만 녀석을 생각할 때 정도는 조금 부드럽게 입가를 올리기도 했다. 마키쨩. 녀석은 몇 살이나 연상인 저를 그렇게 부르며 카페 문을 힘차게 열었다. 드물게 손님이 있으면 힘차게 열었던 문을 조심스레 닫으며 손님이 있었나. 하고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카페니까 손님이 있는 건 당연하잖니. 하고 마키시마가 대꾸할 때면 새삼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마키시마는 녀석의 생각을 하며 키득거리는 제 모습이 어색해서 괜히 입가를 몇 번이고 어루만졌다.

 

 

 

2.

 

 

 

-키쨩!”

 

 

 

여느 때처럼 힘차게 들어오던 토도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카운터 바로 앞좌석에 손님이 앉아있었다. 보통 저 자리는 마키시마가 바로 보여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제 지정석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토도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카운터로 향하지 않고 카운터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창가 자리에 앉았다. 제가 그렇게 힘차게 불렀는데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 점, 마키시마가 꽤 자연스럽게 손님과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손님과 마키시마의 또래가 비슷해보였다는 점이 토도의 발걸음을 쉽사리 카운터로 향하지 못하게 했다. 누구지? 그냥 아는 사람? 친구? ……애인? 토도의 생각이 그곳까지 미치자 토도는 결국 가방을 자리에 내려놓고 카운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키쨩. 익숙한 호칭이 들리자 뒤늦게 마키시마가 고개를 돌렸다. , 토도. 어서 오렴. 당연하다는 듯이 저를 반기는 마키시마의 음성이 좋았다. 토도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손님을 쳐다보았고 손님은 심드렁하게 절 보았다. 토도? 손님이 제 이름을 입에 담자 마키시마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 아아. 그 토도인가. 손님은 제 이름이 익숙한 듯 했다.

 

 

 

마키시마가 자주 말하는 ㄲ…….”

토도! 주문은 언제나의 그거니?!”

 

 

 

마키시마가 고의로 손님의 말을 끊었다는 것을 눈치 빠른 토도가 모를 리 없었다. 토도는 흐응, 하고 작은 콧소리를 내더니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마키시마에게 노골적인 시선을 보냈다. 마키시마는 계속하여 시선을 피하다가 커피를 내려야겠다는 핑계로 토도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 --. 말을 쭉쭉 늘려가며 제 이름을 부르는 토도에 마키시마는 커피 원두를 갈았다. 원두가 갈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토도의 음성이 완벽하게 묻혔다.

 

 

 

완전 어린애구만, 어이, 마키시마. 너 잡혀간다.”

 

 

 

타이밍 좋게 기계가 멈추고 손님이 한 말을 전부 들어버린 마키시마의 귀가 서서히 달아올랐다. 토도는 손님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확실한 건 지금 저 손님이 저와 마키시마의 사이에 부지런히 초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2! 토도가 손님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당당하게 외쳤다. ? 손님의 입꼬리가 삐뚤게 올라갔다. 사나운 기세가 꼭 짐승 같은 사내였지만 토도는 주눅 들지 않았다.

 

 

 

“2년만 기다리면 나도 성인이다! 범죄가 아냐!”

……, 마키시마. 너 어쩌려고 그러냐?”

 

 

 

쿠핫, 그거 다행이구나. 그나저나 아라키타, 슬슬 신카이에게 연락이 올 때가 되지 않았니? , 적당히 빠지라는 거구만? 벱시, 잘 먹었다. 마키시마의 말에 손님, 아라키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 가방을 챙겼다. 토도는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분위기에 눈썹을 까딱이며 아라키타가 일어난 자리에 고대로 앉았다. 마키시마는 카페오레 한 잔을 토도의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

 

 

 

애초에 범죄일 이유가 없다네, 김칫국은 금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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