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 조금 안된다지. 90일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토도 진파치가 중얼거렸고 마키시마 유스케는 자전거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었다. 토도가 자전거를 끌고 제게 걸어오는 마키시마에게 마시던 드링크 병을 건네주자 마키시마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것을 받아 입으로 캡을 열었다. 당장 드링크 홀더에도 제 드링크 병이 있었지만 자전거에서 내린 이상 드링크 병을 빼려면 허리를 숙여야 했다. 오늘따라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 싸움이 격렬했다. 허리를 숙였다가 다시 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정답이었다. 목의 갈증이 멎을 때까지 드링크를 양껏 마신 마키시마는 토도가 제멋대로 말문을 열고 말하는 내용에 뒤늦게 귀를 기울였다. 그 감정이 무엇이든 유효기간이 90일라면 그 동안 우리, 그러니까 마키쨩과 나 사이의 감정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는 소리겠지. 나는 그 글을 보고 한참동안 생각해 봤어. 우리의 감정은 어떤 루트로 변화해 온 것일까. 경쟁심과 오르고 싶은 마음 외에 뭐가 있겠니. 마키시마는 드링크 캡을 닫으며 대답했고 토도는 입을 꾹 다물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것으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단정하기에 우리는 너무 긴 시간을 서로에게 열중하면서 보내왔지. 마키쨩. 평소의 텐션 높은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열중이라, 토도의 말을 듣고 마키시마는 제가 그에게 열중했던가 고민했지만 쉽사리 답을 내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전혀 아니라고 농담 섞인 말이라도 뱉었겠지만 마키시마에게도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 정도는 존재했다. 지금 쓸데없는 말을 뱉었다가는 아슬아슬하게 평행을 유지하고 있는 토도의 미간이 찌푸려질 게 분명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토도. 제 이름을 부르고는 무심하게도 입을 다물고 있는 토도에게 마키시마는 말의 결론을 완벽하게 내줄 것을 요구했다. 이대로 말을 끊어버리는 것은 그의 성미에도 자신의 성미에도 맞지 않았다. 토도는 마키시마의 말에 다물고 있던 입술을 몇 번이고 달싹였다가 끊었던 말의 허리를 붙였다. 마키쨩의 말대로 우리를 유지시켜온 감정에는 경쟁심과 클라이머로써의 오르고 싶은 마음도 포함되어있지. 그렇지만 나는 감정을 몇 번이고 정의하면서 차마 어떠한 틀에도 포함시킬 수 없는 불순물 같은 것을 계속해서 마주치게 되었어. 그리고 아마 그것이 내가 마키쨩에게 마지막으로 내어주는 90일이라는 것도 느꼈지. 영문 모를 토도의 말에 되려 마키시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자신은 간만의 클라임으로 몸이 힘든 상태였으며 되도록 빨리 산에서 내려가 씻고 피로를 풀고 싶었다. 토도는 마키시마의 표정을 힐끔 보더니 눈동자를 굴렸다. 나는 그 90일의 시작을 오늘로 생각하고 있어. 마키쨩. 그래, 뭐든 좋으니 이야기를 끝내주면 좋겠는데. 그 감정이 질투라거나, 시기라는 건 아니지? 마키시마는 말을 뱉고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클라임의 승자는 토도였다. 그런데 시기와 질투의 시작이 오늘이라니, 제가 뱉고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니, 사랑이다. , 그래. 사랑이구나. 난 또 뭐라……. 토도의 끝맺음에 마키시마의 시선이 하늘에 머물러있다가, 토도의 눈동자로 옮겨갔다. 그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 보다는 당장 마주치는 눈동자가 부담스러워서 마키시마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몇 번이고 자리를 옮긴 그것의 종착역은 제 로드의 손잡이였다. 토도는 말했다. 이 말을 했지만 마키쨩에게 어떤 대답을 바라거나 그러는 것은 아니야. 물론 대답을 해준다면 나야 좋겠지.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으면, 마키쨩에게 말하지 않으면 내 감정 정리가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기에 뱉은 것뿐이다.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어. 그렇다고 90일이 끝났다고 하여 마키쨩에 대한 감정을 정리할 것은 아니야. 정리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 지금껏 품어왔던 그것들을 보면 겉껍질만 다른 단어로 계속해서 바뀌며 결국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을 테니까. 마키시마는 토도의 말이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잠깐, 잠깐 토도. 라는 말로 토도의 입을 막았다. 난 지금 네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네. 상관없어, 이해를 바라고 한 말이 아니니까. 오히려 이해를 바라는 쪽이 이상할 테지. 누군가에게 가지는 감정에 이해라니. 나는 감정에 이해도,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 너 참 잘났구나. 마키시마는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핀잔을 억지로 누르고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더 말을 이어 봤자 토도의 말을 길게 엮어주는 용도 이외로는 쓰이지 않을 것이다. 마키시마는 토도의 말에 수긍하고 느릿하게 말했다. 일단 내려가고, 남은 이야기는 밑에서 하도록 하자. 난 지금 매우 피곤하단다. 토도는 드물게 마키시마가 약한 모습을 보이자 군말을 줄이고 긍정을 표했다.

 

' > 2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마키] 2016.02.28  (0) 2016.02.28
[토마키] 신간 콘티 백업.  (0) 2016.02.21
[토마키] 카페 AU 3  (0) 2016.02.06
[토마키] 카페 AU 2.  (0) 2016.01.31
[토마키] 카페 AU 1.  (0) 2016.01.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