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평일 전력_부재중 전화

 

유스티스 라그노는 동료라고 부르기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현저히 떨어지는 그의 팀원들과 스마트폰을 가지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정확히는 라인을 보내고 답장이 오는 그 몇 분간의 간격을 좋아했다. 비교적 신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저와 벨페고르, 프랑. 그리고 유난히 스마트폰을 사랑하고 자주 사용하는 룻스리아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스마트폰의 자판이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지 짧은 문장을 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이 입력하고 있음을 알리는 세 개의 하얀 점이 대화창 옆에서 깜박이면 자연스레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오목조목 나누어져있는 자판을 손가락으로 누르다가 지우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다 큰 30대 남자들이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꼭 쥐고 인상을 찌푸린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유쾌했기에 유스티스는 종종 상대방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가 뒤늦게 라인으로 전화했었어? 무슨 용무? 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고는 했다. 그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하니 잔저스는 다시 한 번 그딴 장난질을 하면 태워버린다며 살벌한 표정으로 경고한 뒤 모든 연락을 스쿠알로에게 떠넘겼고, 레비 아 탄은 유스티스에게 보내는 연락의 빈도를 최저로 줄였다. 유일하게 꾸준하게 연락을 해오는 스페르비 스쿠알로는 작작 좀 하라고 짜증을 내면서도 꼬박꼬박 메신저에 답장을 해주니 유스티스의 장난은 저절로 한 사람에게 몰리게 되었고 스쿠알로는 한참을 당하고 나서야 기어코 이 망할 장난질을 끊어버리겠다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어김없이 스쿠알로는 유스티스에게 전화를 하고 유스티스는 그 전화가 부재중으로 바뀔 때까지 핸드폰의 액정만 마냥 바라본다. 마침내 연결이 끊기고 액정에 부재중 1. 이라는 알림이 뜨자 느긋하게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라인을 켰다. 가장 상위의 메신저 창에 들어가 무슨 일? 하고 라인을 보내자 다시 걸려오는 전화에 유스티스는 어라, 하고 짧게 소리 내고는 핸드폰을 저 멀리 밀어버렸다. 다시 부재중이 떴다가 전화가 왔다는 알림창이 또 뜬다. 끈질긴 연락에 유스티스는 언제까지 이게 계속될 지 궁금해져 턱을 괴고 책상 끝의 핸드폰을 마냥 바라보았다. 세 번, 네 번, 점점 늘어나다가 10번이 넘어가자 전화 알림 대신 초록색의 익숙한 창이 액정에서 깜박거렸다.

 

받아.

바드라고.

이 망할 쓰레기가!

 

깨알 같은 오타에 한 번, 와중에 정확한 문장부호 사용에 또 한 번 웃었다. 유스티스는 이후 후폭풍을 생각한다면 이쯤에서 슬슬 전화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작정하고 저쪽에서 전화를 거는데, 순순히 기브 업을 외치고 싶지는 않았다.

 

싫다!

 

답장을 보내고 다시 핸드폰을 책상 끝으로 밀어버렸다. 쌓여가는 부재중 전화의 숫자에 유스티스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돌려버렸고 스쿠알로는 오갈 곳 없는 분을 소리를 지르며 풀어대다가 결국 핸드폰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액정이 깨지고 부품이 형편없이 흩어진다. 스쿠알로는 다음 핸드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스마트폰은 사지 않겠다며 다짐했다

' > 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질아씨] 2016. 07. 30  (0) 2016.07.30
[아라키타 드림] 문장 합작  (0) 2016.07.14
[아라키타 드림] 2016. 06. 11  (0) 2016.06.11
[마키사야] 2세 합작  (0) 2016.05.20
[아라키타 드림] 2세 합작  (0) 2016.05.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