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 진파치가 마키시마 유스케와 세키가하라 사야카의 결혼 소식을 듣고 본인이 축하에 빠질 수 없다면서 축가를 부르기로 했던 것은 서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토도는 축가를 부르던 중간에 눈물을 흘리며 펑펑 울어버렸고 축가를 마냥 듣고 있던 마키시마의 입꼬리에는 짜증이 올라앉았다. 양가의 친척이 있는 자리였고, 자신은 신랑이라는 위치였기에 평소처럼 무어라 짜증을 낼 수도, 입을 틀어막을 수도 없었다. 마키시마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비운의 주인공마냥 꿋꿋이 축가를 부르는 토도를 보다가 토도가 눈물을 닦기 위해 잠시 노래를 멈췄을 때 빨리 치워버리라며 손짓했고 사야카는 그것을 보며 마냥 즐겁게 웃지는 못했지만 엄숙하고 조용한 결혼식보다는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토도는 마치 제 아들딸을 결혼 시키는 느낌이어서 그만 울어버렸다고 후에 변명했고, 마키시마는 그런 토도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넌 신혼집에는 출입 금지라네. 사야카는 본래부터 생각하던 말을, 핑계거리가 생긴 참에 말해버린 것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마키시마 유스케라는 남자는 타이밍을 아는 남자였다.

 

그래서 정말 토도가 마키시마와 사야카의 신혼집에 오지 못했냐고 물어보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처음 몇 년은 토도도, 마키시마들도 집보다는 바깥에서 약속을 잡고 만나는 것이 편했기에 굳이 집으로 부를 일도, 집에 오겠다고 떼를 쓸 일도 없었다. 바깥에서의 이야기가 길어지면 신혼집보다는 토도의 집으로 가 꼬박 하루를 지새가며 노는 것이 더 좋았다. 또한 서로 마냥 노는 백수는 아니었기에 토도는 팀의 일정대로, 마키시마는 회사의 일정대로 몸을 움직이느라 만날 시간이 드물기도 했다. 그렇지만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서서히 서로보다는 아이의 사정을 생각해가며 약속을 잡게 되니, 바깥보다는 집을 선호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마키시마는 토도의 신혼집 출입 금지선언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토도는 마키시마와 사야카가 결혼한 지 얼추 4년 만에 두 사람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고, 막 두 살이 되어가는 그들의 아이를 처음 만나 보았다. 갈색 머리에 노란 눈. 눈 아래의 눈물점 하나와 자그마한 입술. 아빠와 엄마의 부분부분을 빼닮은 아이를 보며 토도는 눈을 껌벅였다. 토도는 아이를 처음 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이 산신이 삼촌이라니, 이 아이는 행복하겠어. 마키시마와 사야카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이름을 묻는 말에 마키시마는 아게하, 라고 답했다. 토도는 몇 번이고 아이의 이름을 되풀이하다가 잘 어울린다며 아게하의 손을 꼬옥 잡았다.

 

후에 토도가 다시 아게하를 만난 것은 2년 뒤였고, 그 때의 아게하는 막 말을 떼고 있었다. 사람들의 이름을 알려주면 부를 수 있었고. 간단한 소통은 물론 자기 의사 표현까지 할 수 있었으며 가끔은 꽤 어려운 단어를 불쑥불쑥 내뱉어서 마키시마나 사야카를 놀라게 하고는 했다. 제 다리에 엉기면서 삼촌이라고 절 부르는 아게하를 보며 토도는 사야카에게 물었다. 역시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 사야카는 제 옆에서 팔짱을 끼고 묘한 표정으로 저희를 바라보는 마키시마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결혼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고, 마키시마는 언짢았던 표정을 풀고는 제 허리를 감아오는 사야카의 손 위로 제 손을 덮었다. 네 앞에서도 이런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는 재미잖니. 토도의 표정이 부루퉁해지자 아게하는 토도의 다리를 뒤에서 안으며 제가 있으니 아빠한테 지지 말라고 소리쳤다. 토도는 아게하의 반응에 마키시마를 쳐다보았다. ……이건 내 짐작인데 말이지, 아게하는 혹시……. 굳이 조용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네, 아게하는 늘 엄마 편이잖니. 그렇지만……. 토도한테 밀릴 줄이야. 마키시마는 사야카의 손을 덮었던 것 중 하나를 떼어 제 얼굴을 길게 쓸어내렸다. 꽤 침통해 보이는 몸짓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아게하가 제 다리를 꼭 붙잡은 상태로 손을 위로 뻗으며 브이 하자, 토도도 장단 맞춰 손을 움직여주었다. 와중에 아게하가 웃는 것을 보고 표정이 마키시마를 닮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있지, 결혼을 하면 어떤 점이 좋다고 생각해?

 

거실 소파에 토도가 앉고 그 옆으로 아게하가 토도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사야카는 예의가 아니라며 말리려고 했고 마키시마는 이상한 것이 옮는다고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으나 아게하는 고개를 저으며 꿋꿋이 토도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채 장난치고 있었다. 토도는 아게하가 마치 제 아이인 것처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머리도 쓰다듬고 머리띠도 빌려주며 아게하에게 약간의 시간을 할애하다가 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의 질문에 대답해달라며 뚫어지게 쳐다보는 토도의 눈빛에 사야카의 입이 열렸다. 일단 함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는 게 가장 좋지. 그리고…… 안정감이 조금 생긴다고 해야 하나. 사야카가 느릿하게 결혼의 장점을 늘어놓자 토도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키시마는 눈을 감고 세상에서 가장 편해 보이는 자세로 허벅지를 베고 누운 아게하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 것도 있지만, 역시 아이가 있으니까 즐겁다고 해야 하나.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맞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내 아내와 아이가 어서 오라고 환영해준다는 사실이. 그 행복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네. 뻔한 말이라지만 그럴수록 너 또한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는 소리잖니. 부드럽게 올라가는 마키시마의 미소에 토도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 동안 친구로 지내오며 마키시마가 어른스럽다는 인상을 받은 적은 전무했는데 처음으로 조금 어른스럽다는 인상을 받고 토도는 그가 낯설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 이렇게 말해도 사람에 따라 다른 거지만. 마키시마는 뒤늦게 말을 덧붙이며 완전히 말을 끝냈고 토도는 아게하의 볼을 마냥 만지작거리다가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전에, 애인부터 생겼으면 좋겠다고 농담처럼 웃어버렸다. 마키시마도 사야카도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삼촌이랑 결혼할래.

 

아게하는 조용히 말했고, 토도와 사야카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고, 마키시마는 질색하며 소리쳤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사양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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