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의 날씨는 벌써부터 더위에 물들어있었다. 춘추복의 하얀 와이셔츠는 땀으로 젖어 투명하게 비치는 게 일상이었고, 땀에 절은 교복을 어찌하지 못해 점심시간만 지나면 체육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오키타는 덥다, 덥다 투덜거리면서도 꿋꿋이 긴팔의 교복을 입고 있는 제 옆 자리의 당신을 쳐다보다가 책상을 지우개로 벅벅 문대었다. 오키타의 소란스러운 몸짓에도 당신의 눈은 판서로 채워지는 칠판에 고정되어 있었다. 오키타는 책상 위에 흩어진 지우개 가루를 모아서 주물거리다가 당신에게 던졌고, 당신은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피했다. 오키타의 얼굴은 짜증 반, 오기 반으로 일그러졌다. 수업시간 중 소리없는 공방은 이어졌다. 오키타는 책상의 모든 면에서 윤이 날 때까지 지우개를 문대어서 당신에게 던졌고, 당신은 피하고 또 피하다가 결국 지우개 가루에 눈을 공격당했다. 아, 작은 소리와 함께 당신이 눈을 손으로 부비면서 책상으로 고개를 떨구자, 오키타는 재빨리 손을 들고서는 당신을 가리킨 채로 말했다.

 

 

 

 "몽필이가 아픈 것 같아서, 양호실 데려다주고 오겠습니다."

 

 

 

 당신의 의사는 오키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선생이 당신과 오키타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오키타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당신을 일으켰다. 당신의 눈은 짧은 사이에 벌겋게 충혈되어있었다. 당신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오키타를 쳐다보자, 오키타는 작게 쉿, 하고 속삭이며 교실 바깥으로 당신을 끌고 나갔고, 당신은 그런 오키타의 발걸음에 맞추어 걸음을 옮겼다. 교실 바깥으로 나와 교실의 문을 닫자마자 당신은 오키타의 뒷목을 꽉 잡으면서 작게 소리쳤다.

 

 

 

 "아까부터 뭔 수작이야. 간만에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야, 너 안 덥냐?"

 

 

 

 오키타는 당신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당신의 까맣고 긴 소맷자락을 잡았다. 당신은 뭘 당연한 말을 하냐는 듯이 얼굴을 찌그러트리면서 오키타의 뒷목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손부채질하며 답했다. 당신의 벌건 눈에서 눈물과 함께 지우개 가루가 빠져나왔다. 오키타는 찌그러트린 당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꾹꾹 눌러피면서 덤으로 눈물을 닦아내었다.

 

 

 

 "더워."
 "체육복은?"
 "안 가져왔어."
 "오늘 체육 들었어, 병신아."
 "나도 알아, 병신아."

 

 

 

 교실 문 앞에서 계속 떠들면 혼날라. 당신은 오키타의 손을 붙잡고서 복도의 한 귀퉁이로 자리를 옮겼다. 덤덤하게 말했지만 사실 당신은 가져오지 않은 체육복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마츠다이라 카타쿠리코. 통칭 미친 선글라스로 불리는 당신의 체육 선생은 기본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체육복을 가져오지 않았을 경우, 이 땡볕에 한 시간 내내 운동장을 돌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내내 귀찮게 할 지도 몰랐다. 오키타는 당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가 문득 물었다.

 

 

 

 "니 그거 언제 했냐."
 "그거?"
 "생리."
 "이 미친놈이."

 

 

 

 당신의 목소리가 커지자 오키타는 시끄럽다면서 목 부근에 걸려있던 안대로 당신의 입을 막아버렸다. 당신은 그 안대를 목 부근으로 내려놓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오키타에게 다시 물었다.

 

 

 

 "그건 왜?"
 "그것때문에 아프다고 하고 쉬어. 이 날씨에 체육한테 걸리면 니 쓰러진다."
 "…이미 지난주에 써먹었는데."
 "…아오, 병신아. 진짜."
 "오늘 체육복을 안 가져올 줄 내가 알았냐고."

 

 

 

 오키타는 삐딱하게 서서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당신의 목 부근을 유심하게 바라보았다. 당신은 오키타의 시선에 변태냐, 하고 핀잔을 주었지만 오키타는 개의치 않는 듯 한참 뒤에나 시선을 거두었다. 시선을 거두는 동시에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쳤고, 오키타는 당신의 손을 꼭 잡은 채 선생이 교실에서 나가자마자 교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시비를 걸더니, 덥냐고 물어보려 한 건가. 당신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로 교실 내부로 다시 돌아왔다. 오키타는 당신을 잠시 세워둔 채로 자신의 사물함을 뒤져서 여름 체육복 한 벌을 던졌다.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고서는 오키타를 쳐다보았고, 오키타는 이어서 겨울 체육복을 꺼내어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두고서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야, 이거 뭐야?"
 "덥다며, 입으라고."
 "넌?"
 "동복 있잖아."

 

 

 

 아무렇지 않게 와이셔츠를 벗고 위에 티셔츠 한 장의 위에 동복 체육복 저지를 걸치는 오키타를 보며 당신은 픽하며 웃더니만 오키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저지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려버리고서 오키타의 가슴팍을 두드렸다.

 

 

 

 "집에 갈 때까지 벗지 마라. 땀 냄새 난다."
 "넌 체육복 빨아서 내놔라, 땀 냄새 난다."

 

 

 

 당신은 목 부근에 걸려있던 안대를 오키타에게 다시 돌려주고선 다시 한 번 목 끝까지 제대로 지퍼가 올라갔나 확인하고서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오키타는 당신의 행동을 보고서는 당신의 정수리를 턱으로 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악마같은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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