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키타 야스토모는 몇 년, 아니 적어도 몇 달 간은 알람시계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으로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어지간한 알람시계보다 효과가 좋았다. 그렇게 아이의 울음소리를 알람시계 삼아 일어나던 평소와 다르게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난 아라키타는 곧장 부엌으로 가 물을 한 잔 마셨다. 어제는 간만에 하코네의 녀석들과 술을 마셨다. 다들 보통내기가 아닌 탓에 아라키타는 제가 어제 제 발로 걸어 들어왔는지조차 가물가물했다. 분명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에 쓰러져서 잔 기분인데, 옷도 멀쩡히 잠옷으로 입고 자던 옷이고 깨어나면서 보니 이불도 덮여져 있었다. 아마도 제 옆에 있어야했던 그 녀석의 수고겠지. 며칠 째 텅 빈 침대의 옆자리를 생각하며 아라키타는 컵을 싱크대에 내려놓고 거실로 향했다.

 

아라키타는 습관적으로 선을 깨우려다가 말았다. 거실 소파에 누워 자는 것도 아니고 소파의 옆구리에 기대어서 자는 모양새가 안쓰러웠다. 바로 앞에는 아기 침대가 있었으니, 아기를 재우고서 조금 쉰다는 게 그대로 잠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아라키타는 애매하게 기대어 자는 모양새의 선을 안아들었고, 몸이 들리는 느낌에 선은 눈을 떴다. ……야스토모? 나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웅얼거리며 그를 불렀다. 평소라면 머리라도 쓰다듬어줬을 테지만 두 손을 모두 쓰고 있는 지금은 그럴 수도 없었다. 대신 짧은 소리로 대답한 아라키타는 제 품으로 파고들어오는 선을 보며 코끝이 살짝 찡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마냥 애처럼 보이던 그녀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몸집만 큰 어린아이 같은 모양새인데 아이 앞에만 있으면 왜 그렇게 어른처럼 보이는지. 아라키타는 침실로 들어가려다 그냥 소파에 앉아버렸고 자유로워진 손으로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간지러움인지 행복인지 모를 웃음 소리를 쏟아내다가 문득 그녀는 물었다. 지금 몇 시야? 550. 답을 듣자마자 제 품에서 빠져나가려는 선의 행동에 아라키타는 오히려 그녀의 팔 밑으로 제 팔을 끼워 넣고 허리를 꽉 잡았고, 선은 갑작스러운 저지에 품에 묻었던 고개를 들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있으면 아가 깬단 말이야. 분유 타러 가야해. 내가 할게. ……? 생각지도 못한 소리를 들었다는 것처럼 끝이 올라가는 의문에 아라키타는 그녀의 이마에 제 이마를 살짝 부딪치며 다시 말했다. 내가 한다고, 들어가서 자라. 야스토모, 오늘 출근하지 않아? ……오늘 토요일이다, 멍청아.

 

들어가서 자라니까. 아라키타는 제 품에서 빠져나가서 잠깐 침실에 들어갔다가 다시 부엌으로 나오는 그녀를 보고서는 눈을 흘겼다. 얼굴에는 피곤과 졸음이 덕지덕지 묻어있는데도 제가 혼자 깨어있으면 미안하니까 옆에서 떠들기라도 하겠다는 그녀의 말이 어이가 없었다. 물을 끓이고 우유병에 넣고, 분유를 타고 먹기 좋을 정도로 그것을 식히고. 생각보다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해나가는 아라키타의 솜씨에 선은 감탄하고 있었다. 아라키타는 제 옆에서 오오, 하며 작은 탄성을 뱉어내는 선을 보고는 적당히 식은 분유를 이마에 대어주며 키득대었다. , 오빠 멋있냐? 한 번도 안 해봐서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해서 놀랐네. 그래요, 오빠. 멋있다. . 그래도 여동생이 둘이나 있단 말이지……. 손목에 분유 조금을 떨어트려 온도를 확인한 아라키타는 타이밍 좋게 우는 아이의 소리에 급하게 젖병을 들고 아이 침대로 가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안고 젖병을 입에 물렸다. 부엌에서 거실 소파로 자리를 옮긴 선은 아라키타가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있는 것을 마냥 쳐다보다가 문득 말했다.

 

야스토모랑 되게 닮았지? 뭐가, 누가, ……얘가? . , . 우리 아이니까 나랑 닮은 건 당연하긴 한데. 아라키타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보다가 되물었다. 대체 어느 면이. ……머리카락이 까맣다거나, 아래속눈썹이 길다거나, 피부도 하얗고 말랑말랑하고. 예쁘장한 면이? 너 그거 토도나 마치미야가 들었으면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걱정해줬을 거다. 게다가 머리카락이 까만 건 너도 그렇고, 피부는 아직 애잖아. 결국 닮은 건 아래속눈썹 하나……였으면 좋겠는데. 성격도 그렇고. 아라키타는 젖병의 반을 비우고서는 젖꼭지를 놓아버리는 아이의 행동에 뒤를 돌아보았고 선은 원래 그렇게 마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젖병을 건네받았다. 아래속눈썹 하나만 닮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선은 싫다고 하려다가 성격의 이야기가 나오자 말문을 닫고 고뇌가 섞인 신음을 뱉었다. 여자애니까 괜찮지 않을까. 이 거친 세상에서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 있을 거야. 언제부터 내 성격이 세상을 지키는 방패 같은 느낌의 무언가가 된 건데? 아이의 등을 두드려 트림을 시키고 눈을 감기기까지 한 아라키타가 침대 위에 다시 아이를 내려놓고 싸개를 정돈해주자 선은 슬쩍 웃으며 정말 아빠 다 됐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아라키타가 아침에 아이에게 신경을 써주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나 다름없었지만 능숙한 모습을 보니 저보다 아이를 더 많이 돌본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너 말이야, 왜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건데. 아라키타는 아까의 저와 비슷한 표정으로 절 쳐다보고 있는 선을 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선은 소파에서 일어나 아라키타의 품에 안기면서 머리를 부볐고 아라키타는 뒷머리를 쓸어주며 고개를 조금 들고 머리에다가 턱을 괴었다. 피곤하냐? 조그음. ……같이 자러갈까? 선은 고개를 끄덕였고 아라키타는 말없이 그녀를 짐짝처럼 들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이 행동에 선은 입술을 꾹 물었다가 침대위에 던져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짐짝 취급이 익숙해진 건 조금 슬프지만……있지, 야스토모야. . 우리 역시 결혼 잘 한 것 같아. ? 뜬금없이 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같이 자러가자는 말도 할 수 있고, 품에 안고 잘 수도 있고, 아무 때나 안길 수도 있고. 그리고, 서로를 닮은 아이를 걱정하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잖아. 갑자기 이게 굉장히 행복해져서. 아라키타는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며 선의 이마를 꾹 눌러 침대에 눕혔다. 긍정해주지 않는 아라키타의 반응에 선은 조금 침통해지려다가 조용히 중얼거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웃으면서 이불을 덮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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