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수호천사 119회 – 욕심
겁쟁이 페달 | 아라키타 야스토모 드림.
사람의 감정은 쉽사리 조절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스물이 넘게 나이를 먹어가며 아라키타 야스토모가 배운 것은 그것 한 가지였다. 빛이 바랜, 말라가기 직전의 잎사귀 같은 머리카락이 팔랑대며 제 눈앞에서 얼쩡거리고 낮지도, 높지도 않은 목소리가 같잖지도 않은 애칭으로 절 불러올 때면 아라키타는 ‘사람은 소유물이 아니다, 멍청아.’ 같은 말을 내뱉었던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게 되는 것이었다.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제가 녀석을 완전하게 가졌다고 믿은 지 한 달이 넘었을 적, 아라키타는 술기운에 절어 제 허벅지 위에 누워있는 녀석을 보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말을 던졌었다. 이건 누구 건데 이렇게 진상이냐. 녀석은 눈을 껌벅이면서 말했다. 내 건데. 아라키타는 잠시 제가 모음 하나를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녀석은 완전히 그 생각을 부정하려는 것처럼 몸을 바깥으로 돌리고 모로 누우며 말을 이었다. 누가 그랬어. 사람은 소유물이 아니라고. 멍청이라고 하면서. 아라키타는 쓸데없는 것만 잘 기억한다면서 허벅지를 베고 누웠던 녀석의 머리를 바깥으로 밀었다.
제가 말한 것이었으니 제 입으로 정정하기도 민망했다. 남자가 한 번 말한 건 지켜야지. 같은 구시대의 발상은 둘째 치고 저 흐리멍덩한 눈을 보면서 그 말은 집어치워라, 넌 이제 내 거다. 같은 오글거리는 말을 뱉을 자신이 없었다. 아라키타는 그나마 제 주변에서 가장 말주변이 좋은 토도 진파치라던가, 둘의 사이를 대충 알고 있는 킨조 신고에게 상담을 해보려고 했으나 그것도 이내 그만두었다. 한 놈은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살아생전에 보게 될 줄이야. 라는 식으로 놀리거나 놀랄 것이 뻔했고, 한 놈은 일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 뻔했다.
보통, 남자친구가 넌 누구 거야. 물어보면 빈말로라도 니 거라고 하지 않냐? 결국 아라키타가 선택한 것은 그나마 이야기 꺼내기가 쉽다, 싶은 마치미야 에이키치였다. 마치미야는 아라키타가 건네었던 벱시를 다시 돌려주었고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났다.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나 했더니, 염장이냐? 벱시 필요 없다, 이 새끼야. 마치미야가 자리를 떠났고 아라키타는 마치미야의 뒤통수에 벱시를 던졌다.
아라키타는 니 거, 내 거가 무슨 소용이냐. 라는 마음가짐으로 반쯤 체념하기로 했다. 눈치 없는 애인을 둔 게 제 팔자려니 싶었다. 애초에 제가 뱉은 말 한 마디로 지금의 결과가 나온 것이니 누구를 원망할 건덕지도 없었다. 아라키타는 정오를 조금 넘어가는 시간을 확인하고 미운 놈 밥이나 먹이자, 싶어 녀석을 찾아 동방으로 갔다. 그리고 전 선배 거죠. 하고 되도 않는 애교를 부리는 녀석을 발견했다. 뒤통수가 징으로 한 대 맞은 것 마냥 멍했다. 아라키타는 결국 얼굴에 철판을 깔고 녀석의 옆에 앉았다. 가뜩이나 여자 선배들한테 밉상 취급을 받았는데, 더 심해지겠군. 싶었다. 따가운 눈초리로 녀석의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선배가 저를 쳐다보자 아라키타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거 제 거라, 가지러 왔거든요. 실례했습니다-.
제 거에 유독 힘을 주어 말하고, 아라키타는 녀석의 손목을 잡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짧은 헛웃음 소리가 들리고 눈을 껌벅이는 녀석의 표정이 보였다. 야, 사람은 소유물이. 반쯤 끌려오며 중얼거리는 녀석의 말을 끊고 아라키타는 소리쳤다. 아, 시끄러. 뭐라는 거냐. 적당히 좀 잊어라. 그, 뭐냐. 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라키타는 내 거라는 둥의 오글거리는 말을 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목소리 낮추어 조용히 중얼거렸다. 넌, 사람이 아니야. 벙찐 표정의 녀석이 아라키타의 뒤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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