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라는 틀은, 언제까지 유지되는 걸까. 코즈메 켄마가 물었고 쿠로오 테츠로는 글쎄, 하고 답했다. 그런 질문을 하려면 PSP부터 얼굴에서 떼고 말하는 게 어때, 켄마. 쿠로오는 다리 사이에 끼고 있던 쿠션으로 켄마의 눈을 가리려다가 그가 짜증을 낼 게 분명하여 그만두었다. 굳이 하고 있던 게임을 그만두면서까지 이어갈 질문은 아니겠지, 쿠로오는 켄마를 힐끔 쳐다보았다가 다시 문제집에 눈을 돌렸다. 배구를 하고 있다지만 공부를 완전히 손에서 놓을 수는 없었다. 기분을 잡겠다며 얼굴에 걸친 도수 없는 뿔테 안경을 올렸다. 책 위로 올라앉은 까맣게 적힌 수식에 고개를 박은 것도 몇 분, 플라스틱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쿠로오는 안경을 벗었다. 켄마가 하던 게임을 멈추고 PSP를 내려놓자 그냥 넘어갈 질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켄마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 전에 쿠로오는 선수를 쳤다. 그건 왜? 내가 친구인 게 싫다던가? 가끔 쿠로가 귀찮기는 해. 그렇지만 싫은 건 아니야. 그럼……. 쿠로오가 말을 이어가려고 입을 열었고 켄마는 쿠로오와 얼굴을 가까이 했다. 열리려던 쿠로오의 입이 다시 다물어졌다. 쇼요가 그랬어. 가끔 닭벼슬머리 주장, 그러니까 쿠로랑 내가 그냥 소꿉친구로 안 보일 때가 있다고. 닭벼슬머리……. 쿠로오는 카라스노의 1학년이 절 부르는 호칭을 다시 한 번 중얼거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쿠로오의 표정변화에 켄마는 다시 물었다. 어디까지 소꿉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소꿉친구라고 생각하면 다 소꿉친구지. 그런 대답에도 불구하고 켄마의 얼굴이 떨어지지 않자 쿠로오는 난감한 얼굴로 시선을 슬쩍 피했다. 뭐하는 거야, 켄마. 쿠로. 쿠로오는 오늘따라 켄마의 목소리가 유독 차분하다고 생각했다. 쿠로는 날 지금 소꿉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하? 물론이. 진짜? 말까지 끊어가며 묻는 켄마의 행동에 쿠로오는 결국 시선을 맞췄다. 노란 눈동자가 올곧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켄마와 눈을 마주치는 걸 기피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데. 쿠로오는 입을 꾹 다문 채 켄마를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아니, 생각하지 않고 있어. 그대로 쿠로오는 켄마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타액 하나 오가지 않는 담백한 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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