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아라 손이 얼어서로 시작하는 조각글.

 





손이 얼어서 벌겋게 부르텄다. 아라키타 야스토모는 두 손을 모아쥐고 몇 번이나 입김을 불어대었다. 날이풀릴 것처럼 따뜻해서 어떤 준비도 없이 무작정 비앙키의 위에 올라탔는데 해가 지기 시작하자 날은 급속도로 추워졌다. 장감도, 귀마개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자전거를 버리고 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페달에서 발을 내리고 잠시 쉬어가기로 결정한 아라키타는 자전거에서 내리자마자 입김으로 손을 녹였다. 모아쥔 두 손이 각자의 온기에 아려오기 시작했다. 살이 닿은 곳마다 타들어가는 것처럼 화끈거렸다. 목을 스스로 조르는 것처럼 몇 번이고 목덜미에 손을 얹어 부비어대다가 손을 녹이기를 포기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옳은 선택인 듯 했다. 아라키타는 다시 안장에 오르려다가 맞은편에서 보이는 익숙한 자전거에 몸을 멈췄다. 전조등의 빛이 몇 번이고 점멸해서 뚜렷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전거 위의 사람이 끼고 있는 고글은 지겨울 정도로 보던 것이었다. 킨조, 아라키타가 그 이름을 완전하게 중얼거리기도 전에 자전거는 아라키타의 옆에 멈춰 섰다. 아라키타? 킨조는 번쩍거리는 전조등의 빛이 불편한 건지 인상을 찌푸렸다. 고글을 벗으면서 의아한 목소리로 절 불러오자 아라키타는 대뜸 그에게 다가갔다. , 장갑 있냐? 물어오는 말에 킨조의 시선이 가볍게 아라키타를 훑었다. 볼부터 시작하여 노출된 살이 벌겋게 물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킨조는 제가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아라키타에게 던졌다. 여분은 없지만 이거라면 되겠지. 나중에 학교에서 돌려준다면 고맙겠어. ? 니는. 아라키타는 던져진 장갑을 주섬주섬 손에 끼기 시작했다. 거절하지는 않았다. 손이 시려웠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며 킨조가 끼고 있던 탓에 장갑의 내부는 후끈했다. 킨조는 아라키타의 물음에 어깨만 으쓱이고는 다시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 ! 아라키타의 부름을 무시하며 킨조는 고글을 꼈다. 순식간에 찬 기운에 노출된 손이 시려웠지만 상관없었다. 그나저나, 저래서 강의는 나올 수 있으려나. 1년의 대학생활을 함께하며 킨조는 아라키타가 의외로 감기에 잘 걸린다는 사실을 알았고, 생각보다 성격이 더럽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킨조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확인하지 않아도 아라키타의 메시지임을 알 수 있었다. 장갑을 끼고, 손이 어느정도 녹았으니 감사 아닌 감사를 표했을 것이다. 킨조는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장갑 겁나 더럽네, 좀 빨고 살아라. 킨조는 나지막하게 웃어버렸다. 개강을 하고 제 장갑이 뽀송해져서 돌아올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킨->아라->후쿠->킨

 





내가 이렇게 지랄에 지랄을 해도 잘 받아주는 이유가 뭔데?

 

아라키타 야스토모의 입술이 몇 번이고 다물렸다가 열리기를 반복하고, 끝내 나온 말은 그것이었다. 킨조 신고의 미간이라도 찌푸려지거나 표정에 변화라도 왔으면 속이 조금은 편했을까. 아라키타는 변하지 않는 킨조의 표정을 보며 물고 있던 담배의 필터를 이로 씹었다. 나 너 존나 싫어해. 담배를 뱉으면서 아라키타는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이 때에도 킨조의 표정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시발, 진짜. 왜 내 주위에 있는 놈들은 다 철가면이냐? 니네 짰냐? 아라키타가 제 머리를 벅벅 긁어대며 짜증을 내자 그제야 킨조는 웃었다. 크게 웃은 것은 아니었다. 근육이 움직이기나 했을지 의문이 가는 나지막한 웃음이었다. 입술 사이를 비집고 억지로 나왔을 게 분명한 그것이었다. 씨이이발, 진짜……. 제가 뱉었던 담배를 발끝으로 비비고 비볐다. 종이가 찢어지고 내부의 바싹 마른 풀잎들이 가루가 될 때까지 짓이기고도 아라키타는 성에 차지 않는지 발을 들어서 남은 가루를 여러 차례 밟아대었다. 딱딱한 아스팔트에 운동화 밑창이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발목이 아리기도 할 텐데 아라키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리치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미처 가시지 못한 분이 호흡을 타고 전해졌다. 부서지는 숨결이 약하지 않아 킨조의 귓가에 생생하게 내려앉았다. 킨조는 느릿하게 말문을 열었다. 너도……. 이어지는 말이 아라키타를 폭력적으로 만들었다. 휘어잡은 멱살에 아라키타와 킨조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가 갈리는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리자 킨조는 조금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서움이라거나 소름은 아니었다. 그것은 만족과 쾌감 사이에 무엇이었다. 귓가에 내려앉았던 분한 숨이 제 코를 간질였다. 오늘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냐, 킨조? 명줄 끊고 싶으면 내 앞에서 이렇게 알짱거리지 말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하던가. 아라키타가 내뱉은 말에 킨조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방금 내뱉었던 말 한 마디로도 아라키타의 자존심을 깎여나갈 만큼 깎였을 것이다. 물론 자존심을 깎으려 한 말은 아니었지만 쉽사리 고개를 젓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킨조는 쓴웃음과 자조적인 한숨을 입술 위에 함께 올렸다. 너도, 후쿠토미의 앞에서는 마찬가지 아니던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아라키타는 말 대신 주먹을 휘둘렀는지도 몰랐다. 멱살을 잡은 손이 떨렸다. 너는, 너는……. 아라키타는 뒷말을 내뱉지 못했다. 후쿠쨩한테 사랑받으니 모르겠지. 따위의 말을 맨정신에 내뱉고 싶지는 않았다. 처음 킨조가 자신을 간절한 의미로 좋아한다고 말을 했을 때도 아라키타는 같은 거 달린 놈을 좋아하고 싶냐, 같은 비아냥거리는 말을 뱉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제 감정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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