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은 낡은 망토를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망토밖으로 보이는 것은 붕대를 감고 있는 마른 손과 발목. 얼굴조차 붕대로 감고, 보이는 것은 오로지 눈과 눈 아래의 눈물점 하나뿐. 소년이 보아왔던 청년의 차림새는 늘 그랬다. 망토를 벗으면 튈 것이 분명한 녹색의 머리와, 옅은 청색의 눈동자를 가지고도 청년은 단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았다. 청년을 예의주시 하는 것은 언제나 소년뿐이었다. 어느 날 소년은 청년의 망토 한 부분을 잡고 길을 가던 청년의 발을 멈춰세우게 했다. 청년의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의아함이 담겨있었다. 청년이 무어라 입을 떼기도 전에 소년은 말했다. 이름이 뭐야? 소년의 망설임 없는 질문에 청년은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다가 속삭였다. 마키시마, 마키시마 유스케. 청년의 속삭임은 소년도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생각보다 낮고 거친 목소리가 청년의 입새에서 흘러나오자 소년의 입꼬리가 잠시 올라가는 듯 했지만 마키시마는 그것을 보지 못하였다. 소년의 입꼬리보다는 충족감으로 가득 차있는 소년의 눈동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났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나는 토도 진파치다. 마키시마……. 마키시마인가. 그렇다면 마키쨩으로 할까! 자, 잠깐. 누구 맘대로……?! 아니, 그것보다 대체 어떻게 나를. 있지, 마키쨩. 그 망토 왜 매일 쓰고 다니는 거야? ……혹시 이 쪽 질문에 대답을, 아니. 완전히 들어볼 생각은 없니? 없다! 질문에 대답해주기 전까지! …… 뭐 이런 멋대로인 꼬맹이가……. 마키시마는 저 좋을대로 대화를 밀어붙히는 토도의 방식에 인상을 찌푸렸다. 애초에 절 의식한 것만으로도 이상한 꼬맹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대화방식이라니. 마키시마는 제가 제일 취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노리는 토도의 방식에 혀를 찼다. 알려준다고 딱히 아, 그렇구나. 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다.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오해받기에도 딱 좋았다. 마키시마는 잠시 제 밑의 토도를 내려다보았다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차라리 이상한 사람 취급 받고 이 쯤에서 떼어놓는게 나으려나. 마키시마는 조금 고개를 숙이고 토도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태양에게 과도하게 사랑받고 있어서. 란다. 토도의 목소리가 희열감에 차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마키. 마키시마의 망토를 부여잡고 그대로 서로의 시선이 닿을 수 있도록 멱살을 잡았다. 마키시마의 작은 동공이 확장되었다. 있지, 그렇게 숨어다니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나야, 마키. 너를 사랑하는 태양. 태양 그 자체인 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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