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서 소리가 귓바퀴를 스쳐지나갔다. 수업 소리도 안쪽까지 들어올 생각도 하고 간만 보다가 발로 도망쳐나간다. 2 30. 점심 시간도 지나고 시간도 체육 시간이었다. 하복이 땀에 젖어서 몸에 달라붙었다. 아직은 5월이라는 이유로 에어컨도, 선풍기도 틀지 않았다. 그렇지만 5월의 더위는, 긴토키가 입고 다니는 가운을 벗어던지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정도였다. 더위와 햇빛의 협공에서 정신으로 멀쩡히 수업을 듣는 되지 않았다. 모의고사 전국권인 반장과 속이 좋다는 이유로 점심을 굶었던 오타에, 그리고 히지카타. 긴토키는 판서를 하다가 손을 멈추고서는 뚫어져라 쳐다보는 히지카타와 초간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히지카타의 표정에서 어리둥절함이 비치고서야 다시 판서를 시작했다.

 

 뭐지?

 

 히지카타의 어리둥절함은 가지 않았다. 긴토키의 판서를 따라가려면 손을 재게 움직여야 했다. 긴토키는 평소와 다르게, 수업이 끝날 때까지 칠판에 판서만 하다가,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나갔다. 긴토키가 교실을 나가자마자 아이들은 목소리로 불만을 토해냈다. 히지카타는 멍하니 판서로 빼곡한 칠판을 보고있다가, 자신의 등을 툭툭 쳐오는 누군가에 의해, 정신을 차렸다.

 

 "어디다가 넋을 두고다니십니까? 히지카타 선배."

 ", 뭐야. 소고냐."

 

 오키타는 전해줄 것이 있었다며 교실을 찾아와서는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면서 칠판에 빼곡하게 적힌 하얀 글씨를 보고 주머니를 뒤지던 손을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

 

 "긴쌤이었죠?"

 ", …어떻게 알았냐?"

 "1교시였거든요, 아침부터 빨겠다. 하고서는 엎드려있었는데, 들어오자마자 출석부에 싸인도 하고 잔뜩 판서만 하더니 수업 끝나는 치고 바로 나가버렸어요. 잘못 먹었나?"

 "…그런가보지. 그러고보니, 수업 중에 누군가를 빤히 쳐다보거나, 그런 했냐?"

 "…글쎄요? 긴쌤에 관한 콘도씨한테 물어보죠? 친하잖아요. 히지카타 선배랑, 콘도 ."

 

선생님이라고 똑바로 불러라. 히지카타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오키타의 옆구리를 쳤다. 오키타는 주머니를 뒤지고, 뒤지다가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지마자 주머니에서 손을 빼더니 가운데 손가락을 펴보이고서는 찾았네요. . 하고 짧게 말한 교실을 빠져나갔다. 히지카타는 행동이 주는 어이없음에 웃지도 못하고서는 오키타가 빠져 나간 뒷문을 쳐다보다가 한숨 쉬고는 책상에 길게 엎드렸다. 월요일 7,8 교시는 자습시간이었다. 히지카타는 엎드린 채로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 일어나봐."

 

 자습 담당 시간은 7,8교시는 담임을 맡은 반이 없는 선생님들에게는 월요일의 꿀같은 휴식시간이었다. 콘도는 휴식을 방해하는 놈의 얼굴이라도 보자는 심정으로 책상에 처박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로 반즘은 예상했었지만, 예상을 넘어서지 않는 인물이 눈앞에 보이니 적중 여부와 상관없이 짜증이 났다. 콘도는 눈앞에서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하는 긴토키를 보며 짧게 물었다.

 

 "."

 ", , 어떡하지? ?"

 "화장실 갔는데 휴지가 없더냐? 휴지 줄까?"

 "휴지는 고릴라말고도 잔뜩 빌릴 있거든? 긴쌤 이렇게 보여도 선생님들한테 인기 짱이거든?"

 "…그럼 ?"

 

 긴토키는 주위 눈치를 살피더니 괜히 자리에 가서 가운을 걸쳐입고 다시 콘도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가 하는 모양새를 보니, 콘도는 불안감을 감출 없었다. 콘도가 생각하는 긴토키는, 술에 취해서 교장의 머리를 발로 까고서도 여유롭게 출근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교장에게 웃으면서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까지 건넬 있는, 넉살 좋은 불한당이었다. 그런 긴토키가 저렇게까지 안절부절 못하는 보니, 여간 큰일이 아닌 같았다. 긴토키는 번이고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서 알을 닦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가 콘도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조용히 말했다.

 

 ", 좋아하는 사람 생긴 같은데."

 

 시발, 콘도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오려다가 말았다. 서너 먹은 애새끼도 아니고, 스물 아홉이나 먹은 인간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꼴이라니, 콘도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긴토키가 손으로 입을 가로막자 더러운 것이라도 입에 닿은 것처럼 손을 떨쳐냈다. 긴토키는 아직, 아직이야. 하며 콘도에게 인내심을 요구했다. 콘도는 입술을 씰룩거리다가 다시 한숨을 쉬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이거든?"

 

 콘도는 긴토키가 요구했던 인내심이, 자신에게 아직 남아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긴토키는 콘도가 아무 반응이 없자 말을 이었다.

 

 "니가 아주 아는 학생이야."

 

 뭐, 새끼야? 콘도는 소리로 외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긴토키의 멱살을 잡았다. 그들이 이야기 하고 있던 곳은 교무실이었다. 콘도와 긴토키는 교무실 내부의 모든 사람들의 눈초리가 저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알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리에 슬그머니 앉았다. 콘도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소리죽여 몸부림쳤고, 긴토키는 그걸 보면서 즐겁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콘도는 아까의 긴토키마냥 목소리를 낮춰서는 이제는 제가 질문했다.

 

 "소고 녀석은 아닐 거고, 야마자키도 아닐 아니야, 토시로냐? ? 토시로야? 우리 토시야?"

 "…별 달리 취향이 누가 있겠냐."

 

 콘도는 새끼때문에 이번 학기 안에 탈모가 거라고 소리 죽여 외치고서는, 머리를 다시 쥐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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