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피부에 진득하게 얽혀왔다. 헤이즈는 눈앞에 펼쳐진 넓은 바다를 보며 바닷바람에 끈적해지는 머리카락을 몇 번이고 쓸어내리다 결국 한숨을 쉬고는 그것을 끈으로 묶어버렸다. 하늘이 먹구름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짙은 색의 하늘이었지만 헤이즈는 모래사장에서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하늘이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수록 곤란한 표정을 짓는  건 뒤에 서 있던 클로이였다. 그는 몇 번이고 헤이즈를 불렀지만, 헤이즈는 바다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간간이 짧은 대답을 돌려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클로이는 결국 헤이즈에게 걸어갔다. 클로이의 단화는 모래사장을 딛기에 부적절했지만, 그의 연인이 자신의 곁으로 올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헤이즈의 바로 뒤에 서자 헤이즈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한 걸음만 더 딛었다면 코가 마주닿았을 거리였다. 클로이는 뒤로 슬쩍 물러나면서 드디어 눈을 마주쳐 준 헤이즈에게 투정 섞인 말을 뱉어내었다.

 

 "뭐하는겁니까. 몇 번이나 불렀다구요."
 "알아요."
 "네, 대답도 해주셨으니 아시겠죠. 그렇지만 사람이 불렀을 때는 대답 말고도 할 수 있는게 굉장히 다양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것봐요. 결국 신발이 모래 투성이가 됐잖아요."

 

 답지 않은 긴 투정이라고 헤이즈는 생각했다. 바다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던 일은 아니었다. 다만 연구실을 떠나서 그와 무언가를 함께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을 뿐이었다. 클로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조금 뱀을 닮았다고, 아주 잠깐 생각했다.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뱀을 닮았다고 생각하던 순간, 헤이즈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부딪혀왔으니까. 클로이는 순간적으로 닿아오는 이질적인 감각에 뒷걸음질을 쳤고, 헤이즈는 그런 클로이의 옷깃을 잡았다. 아무리  그가 생각이 없다고 해도, 이런 공개적인 공간에서 입술을 부딪혀온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클로이는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말캉한 것을 이로 깨물어버릴까 생각하다가, 그냥 장단을 맞춰주기로 생각했다. 넘어질 것 같았던 몸을 바로잡고, 여전히 제 옷깃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붙잡았다. 타액이 서로 오고가는데도 불쾌한 마음은 없었다. 헤이즈는 입술과 입술이 맞닿고 남은 틈새를 메꾸려 고개를 비틀었다. 그리고 클로이의 숨을 빼앗아오려, 그 상태로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옷깃을 잡았던 손은 그의 코를 막고 있었다. 클로이의 눈매에 당황스러움이 서리는 것을 본 헤이즈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떨어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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