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_쿠로켄_전력_감기

 

쿠로의 옆에만 있으면 열이 올라. 라고 코즈메 켄마는 말했고 쿠로오 테츠로는 켄마가 지독한 여름 감기에 걸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날의 등굣길도 변함없이 쿠로의 옆에 있으니까, 더워.’ 하고 말을 뱉는 켄마에게 쿠로오는 말했다. 감기가 심한가보네. 그러니까 밥 좀 제대로 챙겨먹으라니까. 게임 그만하고 잠도 일찍 좀 자고. 오늘은 병원 꼭 가라. 계속 말하는 거 보니까 병원, 안 다녀왔지? 인상을 슬쩍 찌푸리며 제 머리를 헤집는 쿠로오의 말에 켄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쿠로오는 손을 조금 내려 켄마의 이마에 얹으면서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중얼거렸다. 켄마는 질려버린 표정으로 쿠로오의 손을 떼어내고 발을 재게 움직였다. 쿠로오가 속도에 맞추어 걸음을 빨리 하자 느릿하게 말했다. 감기, 옮으면 안 되니까 한동안 조금 떨어져, 쿠로. 매몰차게 말한 켄마의 억양과는 상관없이 쿠로오는 켄마가 자신을 걱정해준다는 사실에 감동하며 저는 건강하니까 괜찮다는 말을 했고 켄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내가 싫어. 어깨에 닿자마자 팔을 밀쳐내는 켄마의 행동에 쿠로오는 제가 아니라, 제 팔이 싫은 게 아니라, 제가 감기에 걸리는 게 싫은 거라고 그렇게 되뇌었다.

감기가 빨리 낫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쿠로오가 묻자 수화기 건너편의 보쿠토 코타로가 감기?! 하고 소리쳤다. 굉장한 걱정이 있다,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오로지 너여야만 한다, 난리의 난리를 쳐서 연습이 끝난 뒤 전화를 받았더니 겨우 하는 말이 감기라고? 보쿠토는 잠깐 머리가 멍해졌다가 이내 감기가 고민일 수도 있지, 하며 으음, 하고 낮게 앓는 소리를 냈다. 그 쪽의 부원들한테는? 물어봤어? 다들 감기 따위 걸린 적이 없다고 해서. 보쿠토는 그 소리에 본인도 아주 어렸을 적을 제외하고는 감기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고, 대신 아카아시! 하며 익숙한 이름을 불러주었다. 뭡니까, 보쿠토 선배. 하고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카아시 케이지가 전화기를 넘겨받고 쿠로오는 감기에 대한 것을 물어보았다가 그것을 왜 물어보냐고 아카아시가 되묻자 처음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켄마가 내 옆에만 있으면 열이 오른다고 했는데부터 시작해서. 오늘은 감기가 심한 것 같다고 말하니 옮으면 안 된다고 떨어지라고 했다. 켄마가 옆에 없으니까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감기가 빨리 낫는 방법이 뭐가 없을까? 까지. 상황 설명을 전부 들은 아카아시는 제가 생각하기에 이건 감기가 문제가 아니라며 운을 띄웠다. 혹시 무언가 화나게 한 건 아닙니까? 말로만 화를 낼 애는 아닌데 말이지. 그럼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데요. ……그거? , 보통 열이 오른다고 하면 화가 나거나, 아프거나, 설레거나. 셋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도저히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아카아시의 말에 쿠로오는 벙 찐 표정을 지었다. 만약 켄마가 제게 나름의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런 말을 던졌던 거라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귀가 모조리 들어맞았다. 쿠로오는 급하게 고맙다는 말을 던지고 전화를 끊었고 지금쯤 체육관에 있을 켄마에게 달려갔다.

감독의 부탁이었는지 자발적으로는 절대 하지 않았을 연습-리에프와의 리시브 연습-을 하는 켄마의 모습을 보고 쿠로오는 잠시 빌려간다며 리에프에게 통보 했다. 켄마는 별 다른 설명 없이 제 손목을 잡아끌고 체육관 밖으로 나가는 쿠로오의 행동에 몇 번이고 쿠로, 하며 쿠로오를 불렀지만 쿠로오의 발은 체육관에서 좀 떨어진 구석길에 도착해서야 겨우 멈추었다. 감기, 옮으니까 떨어지라고 했잖아. 켄마가 퉁명스럽게 말했고 쿠로오는 씩 웃었다. 감기 아니잖아, 켄마. 켄마는 이제야 제 말을 본뜻으로 알아들은 것 같은 쿠로오의 행동에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감기라며. 그래서 오늘 부활동 끝나고 병원 가려고. 계속하여 모르는 척을 반복하는 켄마의 말에 쿠로오는 여전히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켄마를 껴안고는 말했다. 나도 켄마 옆에 있으면 열이 올라서 같이 병원에 가야겠는데. 능글맞게도 말하는 쿠로오의 억양에 켄마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덥다면서 쿠로오의 품을 빠져나왔다. 못 알아채서 미안, 켄마. ……됐어. 그렇지만 쿠로, 정말로. 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켄마는 재채기를 했다. 그것도 연이어서. 코를 훌쩍이며 켄마는 말을 끝냈다. 정말로 감기에 ……걸렸나봐.

' > 2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마키] 미정  (0) 2016.07.24
[켄쿠로] 2016. 07. 17  (0) 2016.07.17
[토도아라] 2016. 06. 26  (0) 2016.06.26
[킨아라] 2016. 06. 16  (0) 2016.06.16
[킨아라]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네  (0) 2016.05.30

+ Recent posts